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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명 |
히트맨 2 : 침묵의 암살자 ( Hitman 2 : Silent Assassin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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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
Eidos Interactive |
제작년도 |
2002 |
자료등록 |
fetx2002 님 |
장르 |
엑스박스 |
조회수 |
3082 |
다운로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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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다운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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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시는 분들께서는,
자료실의 게임 실행 방법 페이지에서 기본적인 실행 방법을 먼저 읽어보십시오. 그래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커뮤니티의 질문 게시판에서 궁금한 점을 해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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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man 2 : Silent Assassin」리뷰입니다. 출처는 게임샷입니다.
2003년 9월 23일에 쓰여진 리뷰입니다. 국내 발매일은 2003년 1월 27일입니다.
▶핏빛 서막
「 시실리의 여름 햇빛은 강렬했으나 그다지 뜨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한껏 기지개를 켜는 잎들 사이로 토마토가 붉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그는 붉은 토마토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흐르는 땀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가자 문득 정신을 차리고 조용히 열매를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허름한 앞치마에 갈색 가죽장갑을 끼고 텃밭을 돌보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참회와 슬픔의 기운이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일을 마친 그는 조용히 교회 문을 열고 들어와 고해성사실 안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 본 리뷰는 Xbox용 [히트맨2]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잠입
1인칭 슈팅, 혹은 3인칭 액션게임이라는 장르가 생겨나서 인기를 얻은 후 얼마동안 그들의 진행방식은 대부분이 'Kill them all', 즉 눈에 보이는 대상을 모조리 죽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그 당시 기술력의 한계와 그래픽 표현능력의 문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필자의 생각엔 아무래도 그게 그 당시의 '유행' 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둠(DOOM)] 시리즈의 성공과 더불어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들이 계속해서 히트를 치게 되면서, 제작사들은 흉측하고도 강력한 괴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을 학살하는 내용이 게이머들에게 잘 먹혀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후 얼마동안 이것과 비슷한 구성을 가진 게임들이 잔뜩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초기단계를 벗어나면서부터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쏘고 부수고 폭발시키는 것만으로는 게이머들의 공허함을 달래줄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게다가 [둠] 시리즈 이후의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고수하고 있던 '람보 스타일' 의 시나리오는 점차 그 신빙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제작사들은 또다시 자신들이 세워놓은 기존의 틀을 어떠한 독특한 아이디어로 깨뜨릴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서서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신한 시스템을 갖춘 게임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단연 돋보이던 것이 바로 현대적인 1인칭 슈팅게임의 선구자라 불리는 [하프 라이프]였다. 이 게임은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연구원 및 경비원들과 협조하는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또한 연구소 - 외계인 - 특수부대의 3파전 양상을 이룸으로서 단순히 '눈 앞에 보이는 적과 정면으로 맞서서 모조리 죽이던'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게이머가 어느 정도 '조용한' 플레이를 하게끔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진행방식에 지쳐있던 게이머들에게 이러한 요소는 매우 신선한 것이었으며, 당연히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러한 요소를 더욱 특화시킨 것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잠입' 이라는 코드였다.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에서 우리는 총 끝에 길다란 소음기를 달고 '찰칵' 하는 노리쇠 소음만을 울리며 은밀하게 적을 한 명씩 잠재우는 방식의 액션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많은 게이머들이 그 참신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와 그 뒤를 이은 [로그 스피어] 시리즈는 히트작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입' 이라는 코드는 액션게임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서양에서 이런 분위기가 자리잡아갈 무렵, 때마침 일본에서도 [메탈기어 솔리드], [천주] 시리즈와 같은 잠입액션게임들이 발매되면서 대세를 이어나갔고, 이러한 분위기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성공과 함께 '밀리터리물' 이 유행을 타면서 그대로 [솔져 오브 포츈] 등을 거쳐 근래에 발매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메달 오브 아너]와 같은 게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게임 내에서 '잠입' 이라는 요소를 제대로 구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우선 각각의 적 캐릭터가 독립된 시각반경 및 청각반경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 반경 내에서 입수된 정보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캐릭터 각각의 성격차이가 행동으로써 나타나야 하는데, 가령 캐릭터가 보초라면 청각정보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는 반면 일반 시민이라면 경계심을 가지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러한 것은 기초적인 '인공지능 공학' 의 범주에 속하는 매우 복잡한 설정으로, 당연히 과거의 게임들은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이 힘들었고 최근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사실적인 '잠입' 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코드네임 '47'
2000년 12월 말, 영국의 'EIDOS 인터랙티브' 가 제작하고 덴마크의 'IO 인터랙티브' 에서 개발한 본격적인 잠입액션게임이 발매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히트맨 : 코드네임 47]이었다. 이 게임은 '잠입' 과 '암살' 이라는 요소를 주된 컨셉으로 잡고, 거기에 '변장' 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액션게임으로서는 조금 색다른 스타일을 추구하였다. 시도 자체는 매우 참신했다고 인정받은 이 게임은, 그러나 뛰어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다소 획일적인 미션 클리어 방법, 퀵세이브의 부재로 인한 지나치게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비현실적인 인공지능 등의 여러 가지 단점을 드러내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실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인정한 '새로움' 이라는 측면은 제작사에게 여전히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2년 10월, 후속작인 [히트맨2 : 사일런트 어쌔신]이 발매된다.
▶시나리오
평화로운 외딴 시골마을에 은둔해 있는 대단한 실력의 킬러와,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 손을 뻗쳐오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이야기는 많은 영화와 소설 속에서 자주 다루어졌던 소재이기 때문에, 익숙하며 거부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히트맨2]의 경우 주인공과 절친한 사람이 납치되었다는 설정을 추가함으로써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빠르게 하고 내용이 직관적으로 전개되도록 하였으며, 주인공 '47' 이 다시금 킬러로 복귀하게 된 동기를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간결하고 확실한 오프닝과는 달리, 미션을 거듭할수록 스토리의 전개에 따른 연결성은 매우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션을 시작할 때 '47' 은 종종 오퍼레이터에게 신부님의 행방에 대해서 묻긴 하지만, 단지 형식적으로 질문하는 듯한 말투이고 오퍼레이터 또한 그 사실을 별로 염두에 두고있지 않는 듯 슬쩍 넘겨버린다. 게다가 중반 이후 신부님이 죽은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계속해서 받고 있는 '47' 의 행동은 결국 시나리오와는 무관한, '돈을 벌기 위한' 행동처럼 느껴진다. 물론 엔딩에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해답이 모두 주어지면서 나름대로의 반전과 함께 납득할 만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시나리오란 엔딩만을 위하여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시나리오란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며, 각 미션을 서로 엮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게임이 계속되는 동안 주인공 '47' 의 심리상태를 좀 더 확실하게 묘사하고, 또 중간 중간 신부님의 동향을 영상으로써 제공하는 등, 오프닝에서 보여준 전개에 대한 책임을 좀 더 졌더라면 훨씬 부드러운 흐름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개인적으로는 지금 보여주고 있는 스토리 전개방식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작
아날로그 스틱이 두개 달려있는 현재의 게임기용 컨트롤러의 형태가 계속되는 한, 1인칭 혹은 3인칭 액션게임의 조작체계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왼쪽 스틱은 이동, 오른쪽 스틱은 시야이동으로 되어있는 조작체계는 콘솔에서 슈팅이나 액션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좋은 설정이다. 그러나 총을 쏘는 액션이 주를 이루는 [히트맨2]의 경우, 역시 컨트롤러로 마우스의 조준능력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헤드샷' 을 명중시키면 아무리 약한 총이라고 해도 적을 한방에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지만, 마우스로도 하기 힘든 이 '헤드샷' 을 컨트롤러로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그나마 게임이 중후반으로 들어서게 되면 조금 익숙해져서 가끔씩 '헤드샷' 을 구사하게 되지만, 그 확률과 정확성은 마우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격을 할 때 적절한 진동이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또 한 가지, 걷기가 너무 괴롭다. 아날로그 스틱을 살짝 밀어야 걸어가는 시스템은 항상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고 있게 만들기 때문에 장시간 게임을 할 경우 매우 피곤하다. 게다가 무의식중에 좀 세게 밀어서 약간이라도 뛰는 날에는 금세 적에게 의심을 받고 정체가 탄로나기 때문에 짜증을 유발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스틱을 밀었을 때 걷도록 해 놓고 '뛰기' 버튼을 하나 정해서 그걸 누르면 뛰어가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반면에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2용 [히트맨2]는 걷기와 뛰기를 변경할 수 있는 버튼이 할당되어있기 때문에 조작성은 좋은 편이다.
▶게임성
여러분은 모두 어린시절,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잠입' 이라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짜릿함에 대해서 처음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각종 게임들 속에서 '잠입' 을 펼치는 주인공들을 조종하면서 우리는 그 옛날 술래잡기에서 느꼈던 그 기분을 다시 한번 경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히트맨2]는 이러한 단순한 '잠입' 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변장' 이라는 요소를 도입하고 이것을 이용해 게이머로 하여금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들도록 함으로써 한층 높은 수준의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단점들을 대부분 수정하여 만족할 만한 밸런스를 이끌어냈다. 적절한 수의 퀵세이브를 제공하여 난이도를 조절하였고(세이브 회수에 제한이 주어짐), 자유도를 대폭 강화하여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을 게이머가 매번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1인칭과 3인칭의 확실한 분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조작감을 높여서 원활한 게임진행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적들의 인공지능은 대단히 잘 짜여져 있어서 실감나는 '잠입' 을 경험할 수 있으며, 각 미션마다 맵이나 적들의 특징이 뚜렷하게 구분되므로 항상 생각하면서 플레이해야 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계속되는 '살금살금 놀이' 에 지치고 인내심이 고갈된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써 주인공 '47' 에게 막강한 화력과 함께, 적들과는 비교될 수 없는 강력한 체력을 선사하여 게이머로 하여금 짜릿한 파괴와 학살의 쾌감 또한 맛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적 캐릭터에는 '래그돌 피직스(Ragdoll Physics : 3D 캐릭터에 관절과 힘줄을 설정하는 기법)' 가 적용되어 있어서 맞은 부위에 따라 쓰러지는 모양과 대미지가 다르게 계산되며, 총에 맞고 날아갈 때의 모션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계단에서 총에 맞고 죽은 적의 시체는 계단을 굴러서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게이머에게 상당한 만족감과 몰입감을 가져다준다. 원래 사람이란 숨죽여 다닐 수만은 없는 법. 가끔은 스트레스를 분출시킬 곳도 있어야 거기에서 새로운 활력소를 얻고 다시금 잠입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제작사는 익히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또한 자유도의 상승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로 인하여 각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는 루트가 한층 더 다양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어렵다' 는 것은 단점 아닌 단점으로 지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액션게임에 조금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히트맨2]는 단순한 액션게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미션을 클리어할 때 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다. 액션게임에 서투르거나 게임적인 센스가 조금 부족한 유저들에게는 '넘지 못할 벽' 이 되어버릴 확률이 크다고 본다. 게다가 최고의 조건으로 미션을 클리어할 경우 주어지는 '사일런트 어쌔신' 이란 칭호는, 항상 총알을 쏟아 부어야만 미션을 넘길 수 있는 게이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픽
우리는 지금까지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이다' 라는 소리를 들으면 우선 그래픽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져왔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머신들은 모두 저마다의 성능이 조금씩 차이가 나게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종으로의 발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이라면 소위 말하는 '하향 평준화', 즉 최저성능의 머신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멀티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들이 그래픽적인 면에서 결코 다른 게임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바로 얼마 전에 출시된 남코의 대전액션게임 [소울 캘리버2]만 보아도, 각 기종의 한계성능을 모두 이끌어낸 듯 어느 플랫폼에서나 깔끔하고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히트맨2] 역시 머신의 한계성능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깔끔하고 멋진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각 기종마다의 차이점을 거의 구별해 낼 수 없을 정도로 괜찮은 이식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해상도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PC 버전이다).
그렇다면 과연 [히트맨2]는 어떻게 '멀티 플랫폼' 기반의 게임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높은 수준의 화면을 구성할 수 있었을까. 우선 [히트맨2]는 개발사인 'IO 인터랙티브' 가 전작인 [히트맨 : 코드네임 47]을 개발할 때 사용했던 '글래시어 엔진' 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이 '글래시어 엔진' 의 특징은 저사양에서도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히트맨 : 코드네임 47]의 그래픽은 그 당시로서는 매우 깔끔하면서도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로 요구하는 시스템 사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히트맨2] 역시 그러한 특성을 이어받은 듯, PC 버전의 경우 중급 정도의 성능을 갖춘 시스템에서도 매우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였다(참고로 PC 버전의 최소사양은 펜티엄III 450Mhz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성능이 조금 낮은 머신이라고 해도 [히트맨2]의 그래픽을 표현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눈이 내리는 장면이라든가, 손님들이 우글거리는 파티장소에서 전혀 느려짐이 없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이 엔진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히트맨2]의 캐릭터에는 그다지 많은 양의 '폴리곤(Polygon : 3D에서 물체를 구성하는 면)' 이 사용되지 않았다. 다수의 캐릭터가 한 맵에서 움직여야 하므로 이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PC 버전의 [히트맨2]를 플레이하다가, 게임의 폴더 안에서 주인공 '47' 의 데이터가 담겨있는 3DS MAX 파일을 찾아낸 적이 있었다. 시험 삼아 한번 열어본 이 파일은 '47' 이 정장차림을 하고 있는 모델을 저장하고 있었는데, 세심하게 설정된 뼈대와 깔끔히 정리된 면들을 확인하고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게임 내에서 직접 쓰이는 'Low polygon(로우 폴리곤 :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면을 투자하여 모델링 하는 방식)' 모델로서 폴리곤수가 2100개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교한 얼굴 묘사가 이루어져 있어서, 그 모델로 간단한 표정 애니메이션까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참고로 요새 3D 온라인게임에서 캐릭터 한명 당 쓰이는 폴리곤의 수는 1500~2000개 정도라고 한다). 온라인게임 정도의 폴리곤수를 가지고 이정도 수준의 모델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배경에서는 지나친 특수효과를 배제하는 대신 사물의 표면에 적용되는 '텍스쳐(Texture)'를 매우 잘 표현했다. 실제로 3D 게임이나 CG 동영상을 제작할 때 특수효과나 반사효과를 지나치게 적용하게 되면 시스템은 그것을 처리하느라 매우 힘들어하게 되며, 이것은 바로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에 출시된 몇몇 1인칭 게임들이 높은 시스템 사양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히트맨2]에서는 이렇다할 특수효과를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광원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그림자 정도는 생기지만, 그것도 엔진의 특성 상 시스템에 큰 과부하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특수효과의 빈자리는 대신 '텍스쳐' 를 매우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메우고 있었다. 실제로 [히트맨2]의 사물들에 입혀진 '텍스쳐' 는 섬세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주며, 심플하게 모델링된 사물들의 허전함을 채워주기 때문에 깔끔한 [히트맨2]만의 분위기를 창출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좋은 그래픽은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게임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것도 아닌 다소 어중간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서, '심플해 보일수도 있는' 그래픽은 별 수 없이 단점 아닌 단점으로 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매 미션마다 보여주는 방대한 크기의 맵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수많은 뼈대심은 폴리곤 인간들을 생각하며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는 안목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구리잖아!"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정말로 나쁜 사람이다(믿거나 말거나).
▶음향
게임의 첫 화면에 씌어있는 '부다페스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udapest Philharmonic Orchestra)' 라던가, 전자음향의 전문가인 '제스퍼 키드(Jesper Kyd)' 라던가 하는 이름들은 역시 괜히 적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타이틀 화면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메인테마를 들으며 안개 속에 서 있는 주인공 '47' 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 장면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꼽을 것이다. 게임속의 BGM들은 각 미션들의 느낌을 한층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플레이 도중 들려오는 각종 효과음 역시 사실적이고도 자연스럽게 녹음되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항상 헤드셋을 끼고 플레이하곤 하는데, 그것은 눈을 밟을 때 들리는 '뽀드득' 소리라던가, 열쇠구멍으로 방 안을 엿볼 때 들리는 숨소리 등이 귓가에서 바로 들려오기 때문에 주인공의 상황을 한층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이다. 물론 적들의 위치를 파악할 때에도 편리하니, 헤드셋이 있는 사람은 한번쯤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엑스박스(이하 Xbox) 버전과 PS2 버전 모두 '돌비 디지털 사운드' 와 '돌비 프로로직 2' 를 지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다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으로도 [히트맨2]의 사운드는 충분히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헤드셋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한글화
Xbox의 비애는 역시 한글화 부분에서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Xbox 버전이 가장 일찍 발매되었고, 또 처음 발매될 당시에는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독 Xbox 버전만을 한글화하지 않은 것은 유저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어이없는 행동이다. 한국보다 먼저 발매된 외국에서의 평가만 보아도 [히트맨2]의 성공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으며, 처음부터 PS2 버전의 발매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결국 업체 측에서 의도적으로 Xbox 버전만 한글화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Xbox용 [히트맨2]를 구입한 유저들에 한해서 PS2용 [히트맨2]를 반값에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행사 역시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먹으려는 얄팍한 상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유저들의 입장에 서서, 유저들을 배려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게임을 공급할 수는 없는 것일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밖의 PC 버전과 PS2 버전에서 보여주는 한글화는 대체로 잘 되어있는 듯 하다(PC 버전의 공급은 'GNC' 가 맡았다). PS2용의 경우 새로운 폰트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글자 하나하나의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 어찌되었든 PS2 유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종결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들을 몇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은 주저 없이 '대리체험' 을 선택할 것이다. 길지 않은 인생의 갈래길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미처 선택하지 못했던 수많은 직업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기 위해서, 우리는 꾸준히 게임샵으로 달려가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고 게임을 구매한다. 그 직업은 '카 레이서' 나 '비행기 조종사' 처럼 비교적 소박한(?) 것일 수도 있고, '우주를 구하는 영웅' 이나 '판타지 세계 최고의 마법사' 처럼 거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당신이 경험하고 싶은 직업이 '킬러' 일 경우 필자가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 1순위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히트맨2]라는 사실이다. '암살' 과 '잠입' 이라는 요소를 이처럼 잘 표현한 게임은 아마 앞으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빠른 순발력과 두뇌회전을 원하는 사람들 또한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깔끔한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로 무장한 [히트맨2]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부터 당신을 진정한 킬러의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게임은 '지나치게' 잘 만들어졌다. 한 남자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살해하기까지의 주도면밀한 과정이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누군가의 숨을 끊을 때의 느낌을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제는 잔인함에 어느정도 만성이 되었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던 필자였지만, 이 게임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이 매우 여러 번 있었다. 여태껏 게임을 하면서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GTA] 시리즈 이후 처음이었다. 어쩌면 뉴스에서 웬 남자가 수갑을 차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히트맨2]라는 게임에서 보고 배운 대로 했어요"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필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 여러분들 모두, 이 말 만은 반드시 가슴에 새겨 두시기 바란다.
"절대로, 절대로 집에서 따라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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